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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위버 디 오케스트라' 공연이 지난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2003년 6월 출시 이후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번 공연은 빈자리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관람객들이 찾았다. 주말 공연인 만큼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040세대로 보이는 관람객들이 주를 이뤘다. 학창 시절 또는 현재까지 테일즈위버를 경험한 이용자들이 추억을 되새기고자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친구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는 A씨는 "티켓팅조차 성공할 줄 몰랐다. 오늘 만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듣게 돼 너무 설렌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테일즈위버는 '바람의나라', '어둠의전설', '아스가르드' 등과 함께 국내 MMORPG 시스템을 정립한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테일즈위버의 경우 원작 소설 '룬의아이들'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캐릭터와 몰입감 있는 에피소드로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번 공연을 찾은 사람들은 단순히 유명곡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과거 테일즈위버에 흠뻑 빠졌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고자 모인 '찐팬'들이다. 실제로 공연 시작 전부터 팜플렛 속 익숙한 곡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팜플렛 속에는 1부와 2부로 나뉜 25곡의 OST가 수록됐다. '테일즈위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Second Run, Reminiscence를 비롯해 클라드·나르비크 등 게임 속 마을에서 울려퍼지던 익숙한 OST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번 공연은 안두현 지휘자와 밴드 악기를 더한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가장 먼저 울려퍼진 곡은 'Tales Are About To Be Weaved'였다. 해당 곡은 테일즈위버 로그인 화면에 등장하는 테마곡이다. 피아노의 잔잔한 선율과 포근한 플루트 음색은 마치 신전을 들어온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이후에는 봄의 동굴 테마곡인 'Dawn', 나르비크 은행과 상점 등에서 들을 수 있는 밝고 경쾌한 느낌의 'Money, Money, Money' 등이 연주됐다. Second Run은 원곡처럼 피아노로 먼저 연주됐으며, 곧바로 합주곡으로 이어져 대표 OST라는 상징성이 재차 부각됐다. 나르비크 밤 배경음악인 'Good Evening, Narvik'는 잔잔하게 울려퍼진 피아노 멜로디가 일품이었다. 일례로 과거에는 해당 곡을 듣기 위해 컴퓨터를 장시간 켜두는 이용자들까지 있었을 정도다.
2부에서도 'Third Run'과 Reminiscence, 클라드의 낮시간 테마곡인 'Autumn Leaves' 등 다양한 게임 OST들이 합주돼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끔 했다. 해변 필드 배경음악인 'Fortune Message'가 연주될 때에는 과거 몬스터 '망둥이'를 잡기위해 팔렌시아 해안으로 몰려들었던 이용자들 모습이 회상되기도 했다.
앙코르곡으로는 Reminiscence와 'Motivity'가 연주됐다. Motivity는 나르비크 낮시간 배경음악으로 신나고 경쾌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기존 연주곡 명단에 없었던 Motivity의 깜짝 등장은 청중들에게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을 선사했다.
대개 게임 OST는 템포가 빨라 합주가 쉽지 않다. 안두현 지휘자 역시 이번 공연 준비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공연을 마친 안두현 지휘자는 "많은 분들이 이번 공연을 무척 기대한다는 말을 듣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연주자 가운데 일부는 연습도중 눈물까지 흘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고된 연습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물인 만큼 이번 공연에 대한 만족도는 무척 높았다. 이를 증명하듯 청중들은 안두현 지휘자의 끝인사와 동시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